[매일경제]정조어찰첩 발간 기사
- 관리자
- 조회수3051
- 2009-06-02
[매일경제]정조시대 `판도라상자` 열리다
정조시대 `판도라상자` 열리다
정조 어찰집 간행
지난 2월 조선 22대 임금인 정조가 노론 벽파 영수였던 심환지(沈煥之ㆍ1730~1802)에게 보낸
비밀어찰이 공개됐을 때 파장은 엄청났다. 편지를 통해 보이는 정조 모습이 기존에 알려졌던
`선비 이미지`와 너무 달랐기 때문. `주둥아리` `호로자식` 등 왕이 썼으리라곤 상상할 수 없
는 단어가 쓰여 있었고, 비밀편지를 이용해 여론을 조종하는 등 노련한 정치가로서 모습까지
읽을 수 있었다.
이 비밀편지 297통이 책으로 묶여 나왔다.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은 18일 오전 한국언론재
단(프레스센터)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대학 출판부를 통해 `정조어찰첩(正祖御札帖)` 두
종류를 발간했다고 밝혔다. 하나는 학계를 겨냥한 2권짜리 세트고, 다른 하나는 1권짜리 보급
판이다. 이 중 2권짜리 세트에는 언론을 통해 일부가 공개된 정조어찰 297통 전부를 원색 사
진으로 촬영ㆍ축소해 수록하고 번역과 해제를 덧붙였다. 학술원이 책으로 묶으면서 이 편지들
을 사안별로 분류한 결과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민감한 정치 현안을 처리하는 문제(6
7건)와 인사 문제에 관련된 사항(54건)이었다. 이 밖에 상소ㆍ장계 처리와 지시를 담은 내용
이 41건, 중앙정계와 지방 유림 여론과 동향을 탐색한 내용이 31건으로 뒤를 이었다.
1796년 8월 20일부터 1800년 6월 15일까지 정조가 심환지에게 보낸 이 편지들은 `새로운 역사
`에 비유된다.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 같은 공식 기록에 없는 내용이 대부분이고, 설
령 겹친다 하 더라도 전혀 다른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. 무엇보다도 이들 편지는 정조가 막후
정치까지 시도했다는 점을 보여줘 학계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. 정조가 공식 언로(言路)
대신에 얼마나 비밀편지를 통한 `정보정치`를 치밀하게 펼쳤는지를 보여준 것이다.
그래서인지 학술원은 "정조가 심환지에게 보낸 편지에서 `요즘은 왜 새로운 소식이 없느냐`
는 다그침이 유난히 많이 보인다"고 말했다. 가령 병진년(1796) 9월 15일에 보낸 편지에서
는 "요사이 시사(時事)는 들려줄 만한 것이 있는가"라고 물었을 정도다.
매일경제기사입력: 손동우기자 2009.05.18
기사링크주소 : http://news.mk.co.kr/outside/view.php?year=2009&no=284101